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을 지낸 역사학자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전시와 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같은 운영이 이어진다면 국비 지원 취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쓴소리도 했다.
주진오 상명대 명예교수가 17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을 찾아 경남역사교사모임과 전시를 둘러본 뒤 전당 문제.과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혈세 투입한 민주주의전당, 전시는 '주객 전도'
지난해 여름에도 전당을 방문한 주 교수는 이날 전시물 보강과 강연 프로그램 등을 살펴보고 "지난해보다 상당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역사를 풀어내는 방식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봤다. 3.15 부정선거와 부마민주항쟁을 설명하려면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유신체제를 빼놓을 수 없는데, 현실 정치와 연결해 이를 불편하게 여기면서 역사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실제로 있었던 민주화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덮으려는 것이 오히려 역사의 정치화"라며 "정당 지지와 관계없이 지역의 과거 역사는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학교 교육에서 충분히 다루기 어려운 지역 민주주의사를 전당이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는 마산의 운동만 기억하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관통하면서 그 안에서 마산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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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중앙 중심 역사에서 빠지기 쉬운 지역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도 구체적인 사료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공간 비중도 문제로 꼽았다. 주 교수는 넓은 카페와 문화공간에 비해 역사 전시 공간이 부족하다며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전시 공간은 1038㎡로, 연면적 7894.95㎡의 13.15%에 그친다. 전국 주요 민주화운동 기념시설 8곳 가운데 전시공간 비율은 하위 7위다. 이보다 비율이 낮은 곳은 대구 2.28민주운동기념회관(12.57%·367.2㎡)뿐이다.
"지역 지분싸움으로 풀 수 없어…전국화해야"
주 교수는 운영체계 개편도 주문했다. 전당은 창원시 시설이지만 국비 121억 원을 지원받아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기록하고 교육하는 공간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현재 전담 전문 관장은 없다. 주 교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경험을 들어 "기관장이 전문성을 갖고 기관을 이끌어야 한다"며 "공무원 겸직 체계에서는 장기적인 비전과 리더십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는 개관 준비 과정에서 관장 운영 방식을 확정하지 못했다. 2024년 말까지 직영 방침만 세웠을 뿐 외부 전문가를 선임할지 공무원이 맡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황금포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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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추진위원회와 행정의 소통 단절도 짚었다. 주 교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으로 부임한 뒤 과거 건립 과정을 살펴보면서 당시 건립추진위원회가 전시 내용과 구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건립추진위원회와 행정 사이의 보고와 협의, 전시 검증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시민대책위가 요구하는 민관협의체와 시가 추진하는 운영자문위원회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는 '전국화'를 대안으로 내놨다.
주 교수는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라는 이름을 달고 지역에서 문제를 풀려 하면 결국 지분싸움이 된다"며 "전국적인 운영기구를 만들고 단순 자문을 넘어 결정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다른 역사 인식을 가진 인사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전문 관장을 임명해 책임지고 운영위원회와 협의하면서 개편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비 지원 취지를 강조했다.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시설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제 기능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지원의 적절성까지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국정감사에서 엄격하게 따지면 국비를 회수하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라며 "우리나라 3대 민주주의 시설로 만들겠다고 지원받았는데 지금 전시가 그 약속에 맞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름에 걸맞게 공간을 재편하든지, 아니라면 이름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