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살바토레 페라가모 회장 단독 인터뷰
패션그룹 동생에게 주고 와이너리 일 보로 설립
산지오베제로 명품 스틸·스파클링 와인 선보여
“명품·와인 모두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야”
산지오베제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레드 와인의 상징 같은 품종입니다. 그런데 이 품종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 독특한 매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체리와 딸기 같은 붉은 과일 향이 은은하게 묻어나고, 타고난 높은 산도가 섬세한 버블과 어우러져 입안을 상쾌하게 깨웁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와이너리 일 보로(Il Borro)가 10년 전 처음 선보인 볼레 디 보로(Bolle di Borro)가 대표적입니다. 세계적인 패션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 가문의 손자이자 일 보로를 이끄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회장은 “샴페인을 많이 마셔본 소비자일수록 토스카나에서 산지오베제로 만든 스파클링을 한번 맛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와인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이탈리아 지도. WSG
이탈리아 와인 산지와 주요 품종.? 출처 Nicks Wine Merchants?bjmujpkhs.com.au
◆산지오베제 스파클링 와인 마셔봤나요
스파클링 와인은 세계 와인 시장에서 .。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국제와인기구(OIV)에 따르면 세계 스파클링 와인 수출은 2016년 790만hL, 약 52억유로였고 세계 와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물량 기준 8%, 금액 기준 18%였습니다. 하지만 2025년에는 1060만hL, 80억유로로 성장했고 비중도 물량 기준 11.2%, 금액 기준 24.3%로 대폭 늘었습니다. 이제 세계 와인 수출액의 4분의 1을 스파클링 와인이 차지할 정도입니다. 물량은 열 병 중 한 병꼴이지만 금액은 그 두 배를 넘으니 스파클링 와인은 생산자나 유통업자 입장에선 ‘알짜 와인’입니다. 이처럼 스파클링 와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샴페인, 이탈리아 프로세코(Prosecco), 스페인 까바(Cava)에 익숙해진 애호가들이 이제 색다른 ‘버블’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갈증을 채워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산지오베제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토스카나 주요 와인 산지. WSG
토스카나 와인 세부 산지.? 토스카나관광청 홈페이지
산지오베제는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를 만드는??토스카나 대표 레드 품종입니다. 그런데 이 포도는 스파클링 와인에도 아주 잘 맞는 성질을 타고났습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산도가 뼈대 역할을 해야 버블과 어우러져 상쾌한 맛이 나는데, 산지오베제는 원래 산도가 높은 품종입니다. 또 껍질이 비교적 얇고 색이 옅습니다. 그래서 껍질을 빨리 걷어내면 색이 거의 배지 않은 맑은 와인을 만들기 좋습니다. 여기에 맛의 개성이 뚜렷한 。도 매력입니다. 샴페인이 주로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로 만들어 사과, 빵 같은 풍미를 낸다면, 산지오베제 스파클링 와인에서는 체리와 딸기 같은 붉은 과일 향이 은은하게 묻어납니다.
사이다 릴게임
페라가모 회장은 “산지오베제의 탄탄한 구조가 스파클링 와인에 독특한 신선함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산지오베제 스파클링 와인의 역사도 짧지 않습니다. 그 문을 연 곳은 토스카나 코르토나(Cortona)의 바라키(Baracchi)입니다. 몇 해 전 작고한 오너 리카르도 바라키(Riccardo Baracchi)는 스틸 레드 와인으로만 빚던 산지오베제 100%로 이탈리아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 ‘브뤼 로제 밀레시마토(Brut Rose Millesimato)’를 탄생시켰습니다. 그전까지 산지오베제로 스파클링을 만들겠다고 나선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샴페인과 같은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효모와 함께 약 36개월 숙성하는 이 와인은 2016년 와인 플레저(Wine Pleasure)가 뽑은 ‘50대 그레이트 스파클링 와인’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 보로?볼레 디 보로. 인스타그램
일 보로도 일찍부터 이런 산지오베제 스파클링 와인의 매력과 가능성을 알아봤습니다. 2011년 산지오베제 100%로 첫 로제 스파클링 와인 볼레 디 보로(Bolle di Borro)를 빚었고, 4년 가까이 숙성한 끝에 2016년 매년 베로나에서 열리는 와인 엑스포 빈이탈리(Vinitaly)에서 처음 선보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산지오베제는 토스카나의 묵직한 레드 와인을 만드는 품종으로만 여겨졌습니다. 이 포도로 버블을 만든다는 건 상식을 깨는 일이었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산지오베제로 샴페인과 같은 전통방식 스파클링을 만든다는 건 흐름을 거스르는 도전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결정이 지금은 산지오베제의 가능성와 영역을?넓혀가는 걸 보면 매우 자랑스럽답니다.”
일 보로?볼레 디 보로.? 인스타그램
볼레 디 보로는 샴페인처럼 병 속에서 2차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며, 지금은 효모 앙금과 무려 60개월이나 숙성할 정도로 공들이는 와인입니다. 병 숙성이 길수록 빵 껍질처럼 고소한 풍미와 부드러운 버블이 생깁니다. 넌빈티지 샴페인은 보통 효모 앙금 숙성 12개월을 포함해 15개월 숙성하고, 빈티지 샴페인은 36개월 숙성합니다. 맛의 개성은 토양에서도 나옵니다. “일 보로가 있는 발다르노(Valdarno) 계곡은 수백만년 전 커다란 호수의 바닥이었습니다. 그래서 흙에 미네랄이 많고 와인에서 살짝 짭조름한 맛이 납니다.”
일 보로?키아로 디 볼레. 인스타그램
일 보로는 볼레 디 보로에 이어 2024년 두 번째 산지오베제 스파클링 와인 키아로 디 볼레(Chiaro di Bolle)를 선보입니다. 산지오베제가 지닌 가능성을 분홍빛 로제에 이어 맑은 빛깔의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로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페라가모 회장은 “키아로 디 볼레는 포도밭과 셀러에서 날마다 이어온 연구의 결과물이자, 산지오베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려는 의지를 담은 와인”이라며 “섬세한 버블과 시트러스의 신선함, 놀라운 우아함에 첫 모금부터 반했다”고 말합니다.
볼레 디 보로가 5년을 숙성한 깊고 진한 로제라면, 키아로 디 볼레는 숙성 기간을 18개월로 줄여 시트러스의 신선함을 살리고 가볍게 바로 마시기 좋은 대중적인 라인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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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보로?키아로 디 볼레. 인스타그램
“포도즙을 짜자마자 껍질을 즙에서 바로 떼어냅니다. 화이트 와인처럼 맑은데 버블은 아주 섬세하고, 질감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레몬 같은 상큼함도 느껴집니다.” 한 해 생산량은 4500병 남짓에 불과합니다.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요. 이탈리아에서는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정성 들여 만들었는데도 값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이 가장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유럽 시장 전망도 밝게 봤습니다. “이탈리아에는 프란차코르타(Franciacorta)처럼 샴페인 스타일로 빚으면서 프란치아코르타 보다는 가격 부담이 적은?스파클링 와인을 찾는 시장이 있습니다. 키아로 디 볼레는 딱 그 시장에 맞는 가격입니다. 초고가가 아니라 합리적이죠. 잘될 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심이든 파티든 스파클링 와인 한 잔으로 시작하면 언제나 즐겁잖아요.”
살바토레 페라가모 일 보로 회장.? 인스타그램
살바토레, 부친 페루초,?비토리아 페라가모. 홈페이지
◆구두와 와인, 닮은꼴 두 세계
페라가모는 ‘스타들의 구두장이’로 불린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1927년 피렌체에서 세운 명품 브랜드입니다. 일 보로 살바토레 페라가모 회장은 페라가모 그룹 창업자의 장손으로 조부와 같은 이름을 사용합니다.?쌍둥이 형제 제임스(James)가 패션 가업을 이어받았지만 그와 여동생 비토리아 페라가모(Vittoria Ferragamo)는 패션 대신 와인을 택했습니다. 살바토레 회장은 구두와 와인은 같은 길이라로 말합니다. “명품과 와인은 둘 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닙니다.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고 품질에 정성을 다합니다. 그래서 패션의 고객과 와인의 고객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일 보로 회장.? 인스타그램
살바토레 회장 부친?페루초?페라가모(Ferruccio Ferragamo)도 같은 생각입니다. 패션이든 와인이든 그저 파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속에 스며드는 ‘라이프스타일’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고집합니다. 창업주 장남인 페루초는 페라가모 그룹 회장을 거쳐 현재?페라가모 가문 지주회사 페라가모 피난치아리아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일 보로는 이를 실제 행사로 옮기고 있습니다. 페라가모 플래그십 스토어에 VIP 고객을 초대해 와인을 함께 맛보는 자리를 만듭니다. “고객들이 매장에서 와인을 맛보고 돌아가면, 나중에 연락해 와인을 삽니다. 그들은 자신의 셀러에 일 보로 와인을 넣어뒀다가 친구들과 마시며 우리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로선 패션이든 와인이든 품질에 열정을 쏟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매년 봄·가을 열리는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일 보로 와인을 올려보면 어떻겠느냐는 기자의 제안에 그는 반가워합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안 될 이유가 없지요.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과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똑같이 그 뒤에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합니다. 패션과 와인, 그리고 손님을 맞는 환대가 함께하면 큰 시너지가 날 겁니다.”
◆“한국 와인 문화 수준 매우 높아”
요즘 전 세계 와인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젊은 층의 와인 소비 감소입니다.
릴게임모바일
프랑스에서는 MZ세대가 와인을 마시지 않으면서 소비가 줄어 포도밭을 갈아엎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와인 소비는 줄어드는데 고급 와인 값은 계속 오르는 묘한 상황입니다. 이탈리아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페라가모 회장의 진단은 의외로 담담합니다.
“솔직히 젊은 사람들이 와인을 많이 마신 적은 원래 없었습니다. 저도 젊을 때 와인은 조금 마셨고 주로 맥주나 칵테일을 마셨으니까요. 와인은 나이가 들고 삶이 자리를 잡아갈 때 찾게 되는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일 보로 회장.? 인스타그램
그래서 그는 젊은 층에게 와인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일 보로는 와인을 알릴 때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단순한 메시지를 전하는 데 집중합니다. “와인은 오랫동안 왕과 귀족의 식탁을 빛낸 귀한 술입니다. 그만큼 멋진 술이지만, 어렵게 설명하면 젊은 사람들은 멀어집니다. 그래서 쉽고 간단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렇게 와인을 알게 된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와인의 진짜 맛을 알게 됩니다.”
페라가모 회장은 한국의 와인 문화에도 높은 .수를 줬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은?와인을 잘 압니다. 레스토랑마다 와인이 。. 많아지고, 이제 와인은 문화의 일부가 됐습니다. 한국 음식과도 아주 잘 어울리지요. 한식과 와인을 짝지어 보려는 시도가 많은 것도 시장이 성숙했다는 증거입니다. 한국 와인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겁니다.”
◆사냥길에 만난 중세 마을, 와이너리가 되다
일 보로는 피렌체와 아레초(Arezzo) 사이 발다르노 계곡의 작은 중세 마을입니다. 1985년 사냥을 나갔던 살바토레 부친 페루치오 페라가모가 이 마을을 처음 발견했고, 첫눈에 반한 그는 1993년 마을을 통째로 사들였습니다. 무너져 가던 집과 길을 하나하나 되살렸고, 처음엔 호텔로만 쓸 생각이었지만 땅을 연구한 끝에 포도밭을 일구기 시작했습니다.
모래와 .토가 섞인 일 보로 토양. 홈페이지
첫 와인은 1999년에 나왔습니다. 지금 일 보로의 포도밭은 프라토마뇨(Pratomagno) 산자락 해발 300~500m에 85㏊ 규모로 펼쳐져 있습니다. 축구장 120개쯤 되는 넓이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으로 바꿔 2015년 인증을 받았습니다. 페라가모 가문은 되살린 마을의 옛집들을 객실로 꾸며 호텔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돌담과 골목, 작은 광장까지 중세 모습 그대로인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셈입니다.
이 호텔은 를레 에 샤토(Relais & Chateaux)의 회원입니다. 를레 에 샤토는 1954년 프랑스에서 시작된 고급 호텔·레스토랑 협회로, 세계 65개국 580여곳이 가입해 있습니다. 대형 체인 호텔은 들어갈 수 없고,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개성 있는 호텔과 레스토랑만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음식과 서비스, 건물과 주변 풍경까지 깐깐하게 따져 가입을 허락하기 때문에 ‘세계 최고급 부티크 호텔의 인증 마크’로 통합니다. 마을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요리하는 레스토랑도 있습니다. 와이너리에서 자고, 먹고, 와인을 마시는 ‘토스카나의 하루’를 통째로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일 보로 대표 와인
일 보로 와인은 에노테카 코리아에서 수입합니다.
▶일 보로?볼레 디 보로 로제 브뤼(Bolle di Borro Rose Brut)
현금게임
양파 껍질을 닮은 우아한 연분홍빛입니다. 잔 속에서는 작고 섬세한 버블이 끊임없이 피어오릅니다. 효모와 함께 5년을 숙성한 덕분에 갓 구운 빵 껍질처럼 고소한 향이 먼저 코끝을 감쌉니다. 이어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열리고, 시간이 지나면 잘 익은 노란 사과의 달콤하고 풍성한 과일 향으로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입안에서는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과 훌륭한 균형감을 보여줍니다. 산지오베제 특유의 생기 넘치는 산도가 입안을 상쾌하게 깨우며 깔끔하게 마무리합니다.
일 보로?볼레 디 보로 로제 브뤼. 인스타그램
산도가 높고 청량해 식사 전 입맛을 돋우는 식전주로 제격입니다. 생선회나 생선구이 같은 해산물 요리, 가볍고 담백한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버블이 해산물의 맛을 한층 깔끔하게 살려줍니다. 신선하고 부드러운 프레시 치즈와 곁들이면 산도와 크리미한 질감이 조화를 이룹니다.
산지오베제 100%로 만드는 로제 스파클링입니다. 일찍 수확한 최상급 산지오베제를 손으로 따고 껍질을 바로 걷어내 색을 살짝만 입힙니다.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한 뒤 샴페인과 같은 전통 방식으로 병 속에서 2차 발효와 숙성을 거칩니다. 효모 앙금과 60개월 숙성하고, 효모 앙금을 제거하는 데고르주망(Degorgement)을 한 뒤에도 2개월 더 안정시켜 출시합니다. 한 해 생산량은 5000∼6000병에 불과합니다.?알코올 도수는 11.5%, 총산도는 7.7g/ℓ입니다.
▶일 보로 키아로 디 볼레(Chiaro di Bolle)
코끝을 산뜻하게 찌르는 신선한 꽃향기가 먼저 반기고, 그 뒤로 병 속 숙성에서 나온 빵 껍질의 고소한 향이 살짝 얹혀 균형을 잡아줍니다. 입안에서는 버블이 섬세하면서도 촘촘하게 퍼집니다. 상쾌한 산도가 입안을 깨우고 가볍게 넘어가며, 끝맛을 깔끔하게 씻어줍니다.
청량한 산도 덕분에 가벼운 핑거푸드와 함께 식사 전 입맛을 돋우는 식전주로 제격입니다. 생선회나 흰살생선 요리 같은 담백한 해산물, 가벼운 첫 코스 요리와도 잘 어울립니다. 버블과 산뜻한 산도가 해산물의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줍니다. 부드러운 프레시 치즈와도 좋은 짝을 이룹니다.
산지오베제 100%로 만드는 블랑 드 누아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18개월 병숙성합니다. 리터당 잔당은 5.3g으로 단맛이 거의 없는 드라이한 스타일입니다. 한 해 생산량은 빈티지에 따라 4500∼1만병?남짓입니다. 알코올 도수는 12%, 총산도는 6.64g/ℓ입니다.
▶일 보로 폴리세나(Polissena·Toscana IGT)
잘 익은 체리와 딸기 향이 먼저 반기고, 제비꽃과 모란 같은 꽃향기가 뒤따릅니다. 잔을 두고 기다리면 오크 숙성이 주는 은은한 나무 향과 홍차, 정향 같은 향신료 향이 올라오고, 비 온 뒤 숲속 흙냄새 같은 산지오베제 특유의 풍미가 겹겹이 쌓입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감에 탄닌은 부드럽고, 침이 고이는 산뜻한 산도가 깔끔한 마무리를 만듭니다.
산도가 좋아 기름기 적은 오리나 멧돼지 요리, 토스카나식 소고기 스튜와 잘 맞습니다. 프로슈토, 살라미, 페코리노 치즈와도 좋습니다. 한식이라면 육전이 최고의 짝입니다. 산뜻한 산도가 전의 기름진 맛을 개운하게 잡아줍니다. LA갈비나 너비아니와도 잘 어울립니다.
산지오베제 100%로 만듭니다. 포도는 해발 약 350m, 물이 잘 빠지는 돌 섞인 땅에서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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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하며 22일 동안 껍질과 함께 우려 색과 맛을 뽑아내고,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2~18개월 숙성한 뒤 병에 담아 6개월 더 숙성합니다.
▶일 보로 토스카나 IGT(Il Borro Toscana IGT)
보랏빛이 감도는 짙은 색만 봐도 힘이 느껴집니다. 블랙커런트, 블루베리, 블랙체리 같은 검은 과일 향이 쏟아지듯 피어나고, 오렌지 껍질의 상큼함이 살짝 얹힙니다. 이어 연필심 같은 광물 향, 카카오와 볶은 커피, 담뱃잎, 가죽 향이 깊이를 더합니다. 묵직한 풀바디 와인이지만 탄닌이 벨벳처럼 매끄럽고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마블링 좋은 소고기와 찰떡궁합입니다. 숯불에 구운 피렌체식 티본스테이크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 등심 스테이크, 양갈비가 제격입니다. 와인의 탄닌이 고기 기름과 만나면 입안이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갈비찜, 트러플 리소토, 버섯 요리와도 잘 어울립니다.
일 보로의 간판 와인으로 메를로 50%, 카베르네 소비뇽 35%, 시라 15%를 섞어 만듭니다. 품종마다 따로 발효해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8~24개월 숙성한 뒤 블렌딩하고,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6개월 더 안정시킵니다. 알코올 도수는 14.5~15.5%입니다.
▶일 보로 라멜레 샤르도네(Lamelle Chardonnay)
연둣빛이 살짝 도는 맑은 볏짚색입니다. 오크 숙성을 하지 않아 포도 본연의 싱그러움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백도, 청사과, 배의 아삭한 과일 향에 레몬 꽃과 레몬그라스, 허브 향이 더해져 한여름 바닷바람처럼 시원합니다. 산도가 또렷해 입안이 상쾌하고, 끝에 남는 짭조름한 맛이 자꾸 한 모금을 더 부릅니다.
레몬즙 뿌린 생선회, 굴, 가리비 구이와 완벽하게 어울립니다. 와인의 짭조름한 맛이 해산물의 감칠맛을 끌어올립니다. 봉골레 파스타, 카프레제 샐러드, 염소 치즈와도 좋습니다. 한식 중에서는 부추무침의 알싸한 향과 잘 맞고, 해물파전이나 새우전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씻어줍니다.
일 보로 라멜레 샤르도네. 인스타그램
일 보로의 유일한 화이트 와인으로 샤르도네 100%로 만듭니다. 조개껍데기 화석이 많은 땅에서 자란 포도라 특유의 짭조름한 맛이 납니다. 상큼한 산도를 지키려고 산도를 부드럽게 바꾸는 발효(말로락틱 발효)는 일부러 하지 않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효모 앙금과 약 60일 숙성합니다. 알코올 도수는 12.0~13.5%입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아르메니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었고, 4년 가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