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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길이 보일까.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은 어디에서 출렁이고 있을까.” 김준태 시인의 시 ‘길’을 빌려 장사익(77)이 새로 지은 노래의 한 대목이다. 오는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르는 그의 소리판 제목도 ‘길’이다. 마흔여섯에 뒤늦게 노래를 찾은 소리꾼이 서른 해를 걸어와 다시 꺼내 든 한 단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만난 그는 세종문화회관을 “고향 같은 곳”이라고 했다. 1996년, 데뷔 2년 차의 무명 가수가 대극장을 가득 채운 그날의 소리판이 ‘하늘 가는 길’이었다. 공연 전 무대 회의에서 스태프가 큐시트를 보자고 하자 “큐시트가 뭐예요?”라고 되물어 극장 측을 당황하게 했던 일화도 그는 웃으며 떠올렸다. 그 뒤로 2년에 한 번씩 같은 무대로 돌아와, 어느새 서른 해가 됐다. “한 번 서기도 힘든 자리인데 숙제처럼 계속해 왔어요. 지금 봐도 수수께끼 같고, 그래서 재미있죠.” 첫 곡이 상여소리였던 데는 사연이 있다. 국민학교 5학년, 할아버지 상을 치르던 음력 삼월 초하루. 벚꽃이 흐드러진 날 아버지 옆에서 곡을 하던 기억이 오래 그를 붙들었다. “봄바람에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듯, 상여소리가 리듬을 타고 날아가는 것처럼 들렸어요. 그 소리가 몸에 사무쳤죠.” 정작 그 소리를 무대에 올리기까지는 마흔여섯 해가 걸렸다. 스물다섯 해 동안 열다섯 곳의 직장을 전전했다. “돌부리에 차이고 막힌 길로도 갔어요. 그러다 늦게 노래하는 길을 찾은 겁니다. 사람들이 구도(求道)라고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제 길을 찾는 일 아니겠어요.” 모바일 릴게임 바다이야기 고래 그래서 이번 무대는 지나온 세월을 정리하는 회고의 자리가 아니다. 새로 지은 ‘길’을 마지막 곡으로 세웠다. “그토록 헤매던 길이 먼 데 있던 게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내 몸과 곁의 사람들 속에 있었다는 이야기예요. 쉽든 어렵든, 내가 가야 비로소 내 길이 되지요.” 서른 해 전과 지금의 소리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마흔 중반엔 높은 소리를 마음대로 냈어요. 이제 여든을 앞두고 그때처럼 하면 탈이 나죠. 노인이 아이처럼 굴 수 없듯, 목소리도 나이에 맞춰 다스려야 합니다.” 성대에 혹이 생겨 수술을 세 번 받았다. 세 번째엔 ‘그만하라는 뜻이구나’ 싶어 포기하는 마음이었다고. 하지만 다행히 다시 회복해 노래하고 있다. “좋은 선생을 만났어요. 오늘 아침에도 발성 치료를 받고 왔습니다. 관리해야죠.” 그의 노래는 대부분 시에서 나왔다. 천상병·김용택에 이어 이번엔 김준태의 ‘길’을 골랐다. “시인보다 시가 먼저였어요. ‘사람 속에서 길을 잃고 사람 속에서 길을 찾는다’는 그 대목이 오래 마음에 남았죠. 읽은 지 십 년 만에 처음 노래로 냅니다.” 신문이든 잡지든 가리지 않고 시를 찾아 읽는다. 이십여 년 전 고향 역사에서 우연히 마주친 박목월의 ‘나그네’를 신문지에 옮겨 적어 거문고에 얹은 노래도 그렇게 태어났다. “남이 준 노래를 부른 적이 거의 없어요. 아름다운 시를 노래한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 자부심은 국경 밖에서도 통했다. 바다이야기 황금고래 종료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의 200년 된 극장에서 ‘찔레꽃’과 ‘아리랑’을 불렀을 때,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악사들이 발을 구르고 객석이 박수로 답했다고 했다. “우리 대중음악도 정성껏 하면 통하는구나 싶었죠.” 지난해에는 캐나다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대표곡들을 빅밴드 편성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이번 무대는 오래 손발을 맞춘 동료들이 채운다. 음악감독이자 기타리스트인 정재열을 비롯해 트럼펫과 하모니카의 최선배, 해금 하고운, 고석용·신승균·최영호의 타악, 아카펠라 더 소일리스트와 우니꼬합창단이 함께한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여 년을 함께해 온 이들이다. “서로 숨을 아니까 한 소절을 밀면 어디서 받아야 할지 알죠. 재즈와 국악, 아카펠라가 한 무대에 서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여든을 앞둔 소리꾼은 남은 길을 야구에 빗댔다. “9회 가운데 8회쯤 왔어요. 이기고 있으면 수비를 잘해야 하고, 지고 있으면 만회를 해야죠. 조금 급합니다. 허허.” 그러면서도 마지막 무대의 그림을 이미 그리고 있다. “꽃 필 때만 노래하는 게 아니에요. 낙엽 지고 대지가 잠들 때의 노래도 있죠. 목소리가 안 나오면 시를 낭송하고, 비쩍 마른 늙은이가 지팡이를 짚고 서 있기만 해도 침묵의 노래를 들어주기를 바라봅니다.” 서른 해 동안 그를 보러 온 객석의 얼굴은 바뀌었지만, 무대 위 풍경은 바뀌지 않았다. 두 시간 동안 그는 마이크 하나를 들고 무대에 선다. 폭죽도, 화려한 장치도 없다. 관객이 무엇 하나를 품고 돌아가기를 바랄까. “제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길을 제대로 찾아왔나’ 한 번쯤 곱씹어 보면 좋겠어요. 실패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살아온 것만으로도 모두 위대한 겁니다.” 해도 침묵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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