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김고은 인턴기자 =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특허법인 건물 두 곳에 잇달아 불을 지른 70대 남성이 22일 오후 구속 심사대에 선다. 남성은 과거 자신의 특허 출원을 담당했던 변리사를 찾아간 건 맞지만 죽이려던 게 아니라 겁주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70대 남성 이 모 씨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출감되면서 "담당 변리사를 찾아간 게 맞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를 받는 이 씨에 대한 영장심사를 진행한다.
이 씨는 "죽일 의도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죽이려는 게 아니라 겁주려고 했다. 사기 치는 것을 세상에 알리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또 "(변리사 등이) 탈출을 못하게 막으려 했냐"는 질문에는 "아니, 그런 적이 없다. 나라에서 사기꾼을 보호한다"고 주장했고, "특허 등록증이 중요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범행 전 휴대전화를 왜 해지했는지, 피해자에게 미안하지 않은지,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 불을 지른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오후 2시 7분쯤 법원 앞에 도착한 이 씨는 "특허법인이 무엇을 속였냐"는 질문에 준비한 서류를 보여주며 "이걸 잘 봐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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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피해자들에게 할 말"을 묻자 "아니, 미안은 한데…"라며 말을 흐렸다. 범행을 후회하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이 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51분부터 낮 12시 1분쯤까지 특허법인 사무실이 있는 역삼동의 한양빌딩 4층과 신명빌딩 3층에 잇달아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소방 당국에는 신명빌딩 화재 신고가 먼저 접수됐지만, 경찰은 이 씨가 한양빌딩에 먼저 진입해 불을 낸 것으로 본다.
이 불로 중상 5명과 경상 14명 등 총 19명이 피해를 봤다.
이 씨는 범행 후 서울 동대문구로 이동했고, 방화 정황을 포착한 서울 수서경찰서는 서울 동대문경찰서를 비롯한 인접 관서를 중심으로 폐쇄회로(CC)TV와 주변을 수색해 20일 오후 4시 16분쯤 서울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 인근에서 이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체포된 당일 1차 조사에서는 범행을 대체로 인정했다. 그는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사기를 쳤다고 생각해 그들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전날(21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이뤄진 조사에서는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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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범행 당일인 20일 소방과 1차 현장 합동감식을 진행한 결과 이 씨가 한양빌딩 4층 사무실 출입구 앞 바닥에 인화성 액체를 살포하고 불이 확대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영상에 담긴 것을 파악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 용기의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했다.
경찰은 이 씨가 방화를 계획한 정황과 특정인을 겨냥했다는 내용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 씨는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서 라이터와 인화물질 등을 구입했으며 범행 당일에는 건물 직원에게 특정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근무하냐고 물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 씨는 2022년에도 이들 특허법인에 방화를 시도하려다 구속된 전력(방화 예비)이 있다. 그는 출원 문제와 종이 등록증 발급 등 문제로 불만을 품고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인 지난해 8월에는 불을 질렀던 특허법인 중 한 곳을 사기 혐의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보고 같은 달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전날 오후 이 씨의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와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은 . 등을 들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 씨의 정신질환 병력을 조사하기 위해 의무기록을 확보하고 있다. 범행 전 특정인을 겨냥했다는 취지의 진술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살인미수 혐의 적용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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