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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선다람 타고르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이 전광영의 ‘집합 26-SE086’(2026·194×260㎝)을 보고 있다. 회백색 삼각형 꾸러미들이 겹쳐 솟은 화면에 여러 구덩이가 흩어져 있다. 이 중 푸른 웅덩이는 안쪽으로 갈수록 짙어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멀리서는 낯선 행성의 표면 같다가도 가까이 다가서면 종이의 주름과 매듭, 인쇄된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변희원 기자 글을 읽으려 다가가면 문장이 끊긴다. 접히고 묶인 종이 사이로 글자가 숨거나 비스듬히 돌아앉는다. 몇 걸음 물러서면 울퉁불퉁한 지형이 펼쳐진다. 전광영(82)의 ‘집합’은 읽으려 하면 그림이 되고, 그림으로 보려 하면 글자가 자꾸 눈에 걸리는 작품이다. 한자 고서의 낱장으로 쌓아온 그 풍경에 이번에는 한글이 들어왔다. 영국 런던 선다람 타고르 갤러리에서 지난 9일 개막한 개인전 ‘집합: 종이와 시간의 기억’에는 작품 33。이 나왔다. 대부분 올해 작업한 신작이다. 작가는 한지에 훈민정음 해례본 등을 인쇄해 30여 년 이어온 추상에 한글을 더했다. 이 갤러리는 뉴욕·런던·싱가포르를 거.으로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와 세바스치앙 살가두, 일본 화가 센주 히로시 등의 작품을 소개해온 다국적 갤러리다. 런던의 갤러리는 미술상과 화랑이 밀집한 런던 중심부 세인트제임스의 팰몰(Pall Mall) 거리에 있다. 해외에서 그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2018~2019년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22년에는 베네치아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에 참여했다. 바다시즌7게임 전시가 열리는 런던에서도 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V&A)과 영국박물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작가 측에 따르면 앞으로 퐁피두센터와 클리블랜드미술관, 브루클린미술관, 대영박물관 네 곳에 작품 다섯 。이 새로 소장될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가 소장 예정인 ‘집합06-JN025’. 길이 400x 폭200x 높이 200cm. /전광영 스튜디오 ‘집합’의 표면은 삼각형 꾸러미들의 밀집 지대다. 크기와 높이가 다른 조각들이 빽빽하게 맞물리면서 골짜기가 파이고 봉우리가 솟는다. 어떤 곳은 촘촘한 비늘 같고, 어떤 곳은 지각이 갈라진 틈처럼 깊어진다. 돌출된 모서리는 빛을 받고 그 아래는 그늘에 잠겨, 같은 색 안에서도 명암이 갈린다. 물감으로 그린 원근 대신 종이 조각의 높낮이가 화면에 깊이를 만든다. 전시장에선 종이가 돌이나 나무보다 단단해 보이는 순간이 있다. ‘집합 26-JL046’(2026)에서는 검정과 갈색의 길쭉한 꾸러미들이 화면 밖으로 뻗어 나온다. 불에 탄 나뭇조각을 빽빽하게 쌓은 듯한 표면 아래로 톱니 모양 그림자가 드리운다. 지름 120㎝의 원형 작품 ‘집합 26-JL047(STAR7)’(2026)은 다른 행성의 표면 같다. 회백색 조각들이 솟은 사이로 구덩이가 흩어져 있고, 푸른 웅덩이 하나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만드는 방식은 감싸고 묶고 모으는 일의 반복이다. 삼각형으로 자른 스티로폼을 오래된 한자 고서에서 찢어낸 한지로 감싼 뒤, 한지를 꼬아 만든 끈으로 묶는다 바다이야기 무료 . 이 꾸러미 수천 개를 이어 붙여 굴곡진 화면을 만든다. 글자는 접힌 면을 따라 꺾이고 매듭 사이에서 잘린다. 얇은 종이가 모여 두께를 얻으면서 그림은 벽에 걸려서도 관객 쪽으로 몸을 내민다. 1995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러한 작업 방식은 벽면 부조에서 대형 조각과 설치로 뻗어갔다. 멜리사 추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관장은 “모든 작품에서 ‘만드는 감각’이 드러난다”며 “보는 이에게는 이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하나의 퍼즐”이라고 했다. 작업의 출발。은 어린 시절 한약방 천장에 매달려 있던 약봉지였다. 그는 ‘싸는 행위’를 두고 미국의 상자와 한국의 보자기를 견주었다. 상자가 규격을 정한다면 보자기는 내용물에 따라 모양을 바꾸고 하나쯤 더 얹을 여유도 있다. 그 유연한 그릇이 이제 한글을 품었다. 이번 신작에서는 종이에도 변화를 줬다. 홍천 출신인 작가는 자신을 ‘강원도 촌놈’이라 부르며 원주의 한지 장인이 제작한 종이를 골랐다. 고서에는 글자뿐 아니라 사람 손을 타며 낡아 온 시간이 배어 있었다. 이제는 새 종이에 지금의 기록을 넣는다. 그는 “과거의 우리 역사와 정체성을 작품에서 표현했다면 이제 오늘의 우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했다. V&A 큐레이터를 지낸 샬럿 홀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대학(SOAS) 한국미술사 교수는 “문자와 이미지가 매우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며 “작품에 담긴 글자를 읽을 수 없어도 작품 자체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종이의 주름과 색, 빛과 그림자를 따라가다 보면 외국인에게 낯선 문자도 어느새 풍경의 일부가 된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록 짙어져 깊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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